StyleRoom Tech · Vol.08

1,865번의 선택,
룩북과 AI를 가르지 못했다

코리아 이커머스 페어 부스 게임 사흘의 기록. 무엇을 고쳐도 움직이지 않은 숫자 하나에 대하여

Series기술 해부 · Vol.08
Field2026 코리아 이커머스 페어 · SETEC
Read5분
코리아 이커머스 페어 스타일룸 부스 앞에 모인 방문객들
스타일룸 부스 현장 · 사진 패션비즈 홍수정 기자
"상세페이지에 AI 컷을 올리면, 고객이 알아볼까요?"

AI 이미지 도입을 고민하는 셀러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입니다. 스타일룸은 이 질문을 실험실이 아니라 사람들로 붐비는 현장에서 확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2026년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세텍에서 열린 코리아 이커머스 페어입니다.

스타일룸은 AWS 같은 컨퍼런스에 참석해 본 적은 있어도, 박람회에 부스를 내 본 적은 없는 회사였습니다. 개발팀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나온 답이 게임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사람을 부스 앞으로 오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부스 한가운데에 그 게임을 놓았습니다. 이름은 「진짜 사진을 찾아라」. 시중 브랜드의 룩북·모델 사진과 스타일룸이 만든 사진을 섞어 보여주고, 진짜만 골라내게 했습니다. 사흘치 기대는 300명이었는데, 게임은 1,865판이 돌았습니다.

그리고 사흘 동안 게임을 여러 번 고쳤습니다. 제한시간을 없앴다가 되살렸고, 목표 라운드를 10에서 6으로, 마지막 날엔 5로 낮췄고, 도장과 폭죽을 붙였습니다. 이 글은 그 과정에서 쌓인 기록을 읽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렇게 많이 고쳤는데도 끝까지 움직이지 않은 숫자가 하나 있었다는 점입니다.

01 · The Game

648장, 틀리면 바로 끝나는 게임

게임에 쓴 사진은 모두 648장입니다.

라운드마다 두 묶음에서 사진을 섞어 보여주고, 방문객은 진짜(시중 룩북) 사진만 골라야 합니다. 한 장이라도 틀리면 그 자리에서 끝, 모두 맞히면 다음 라운드로 올라갑니다. 정답을 공개하면 초록 테두리가 진짜 사진을 가리키고, 둘째 날부터는 AI 사진 위에 "StyleRoom AI" 도장이 찍혔습니다.

라운드보기찾을 진짜찍어서 맞힐 확률제한시간
12장1장50.0%17초
23장1장33.3%19초
34장1장25.0%21초
45장2장10.0%23초
56장2장6.7%26초
67장3장2.9%28초

"찍어서 맞힐 확률"은 사진을 보지 않고 무작위로 골랐을 때 통과할 확률입니다. 이 글의 기준선입니다. 사람들이 사진을 실제로 가려낼 수 있다면, 통과율은 이 기준선보다 뚜렷하게 높아야 합니다. 제한시간은 첫날 오전 조정 이후의 값입니다.

스타일룸 부스 앞의 오현석 대표, 뒤로 게임 모니터와 캠페인 배너가 보인다
게임 모니터가 놓인 부스. 배너와 포스터, 직원 티셔츠, 명함까지 모두 스타일룸 AI로 만든 룩북 컷이었습니다. 방문객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AI 사진에 둘러싸여 있었던 셈입니다.

02 · The Crowd

300명을 예상했는데, 1,865판

기대치는 사흘간 300명이었습니다. 명함도 거기에 맞춰 500장을 준비했다가, 1,500장을 더 찍어 2,000장을 모두 나눠 줬습니다. 게임은 사흘 모두 600판 안팎이 돌았습니다.

5829.17 목 · 판
6119.18 금 · 판
6729.19 토 · 판
사흘 중 최다
25초판과 판 사이 간격
(중앙값)

판과 판 사이의 간격이 25초라는 건, 한 판이 끝나면 거의 쉬지 않고 다음 판이 시작됐다는 뜻입니다. 기록은 부스 앞 인파의 간접 지표도 됩니다.

날짜가장 붐빈 30분가장 붐빈 1시간하루의 모양
9.17 목10:30 · 66판14시 · 111판오전 10시 반, 오후 2시 두 번 몰림
9.18 금10:30 · 61판15시 · 104판오전 10시 반, 오후 3시 두 번 몰림
9.19 토10:30 · 12:00 · 각 70판12시 · 128판11~13시 시간당 126~128판

사흘 모두 개장 30분 뒤인 10시 30분이 가장 붐볐습니다. 평일은 오후에 한 번 더 몰렸고, 토요일은 점심 무렵이 내내 가득 찼습니다.

"검색해 보니 이번 페어에서 여기가 제일 핫하다고 해서 왔어요."

부스 방문객

"젊은 분들이 줄 서서 하더라구요."

행사 둘째 날 참관 후기 · 네이버 블로그

03 · Live Tuning

사흘 동안 고친 것들

게임은 처음 설계한 그대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모니터 옆에서 방문객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목표 두 가지를 놓고 계속 고쳤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장 좋은 경험을 주는 것, 그리고 "StyleRoom AI"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남기는 것. 수정은 모두 행사 중에 반영했습니다.

반영 시각무엇을 바꿨나
개장 전설계순위가 아니라 통과로 경품. 목표 라운드를 깬 사람 모두에게 스탠리 텀블러. 사진은 원본 해상도 그대로, 다음 라운드는 미리 받아 두기경품은 처음부터 라운드 통과 기준이었고, 사진은 줄이면 판단에 필요한 디테일이 뭉개지기 때문
9.17 10:40첫날제한시간을 잠시 끄고, 탈락하면 바로 재도전. 결과 화면을 없애고 버튼 하나로 1라운드부터 다시현장 인터넷이 느려 사진이 뜨는 사이에 제한시간이 깎였고, 탈락 후 곧바로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하려고
9.17 10:57첫날제한시간을 기본값의 1.5배로 되살림 (1라운드 11초 → 17초)제한시간을 아예 없애는 대신, 여유를 늘린 채로 되살리기로 해서
9.18 10:13둘째 날목표 라운드 10 → 6, 끝까지 깨면 폭죽, 화면 한쪽에 스타일룸 QR, 확대 보기 버튼 제거첫날 10라운드까지 간 방문객이 없었기 때문
9.18 10:19둘째 날틀리면 화면 가운데 "탈락!" 도장탈락하는 순간을 화면에서 더 분명하게 보여주려고
9.18 10:36둘째 날정답 공개 때 AI 사진 위에 "StyleRoom AI" 도장어떤 사진이 AI였는지, 그리고 그게 스타일룸이 만든 것이라는 걸 한눈에 보여주려고
9.18 11:21둘째 날배경에 "StyleRoom AI" 사선 워터마크사진이 적은 라운드에서 흰 여백이 휑해 보여서
9.19마지막 날목표 라운드 6 → 5 (현장 운영으로 적용), 첫 스탠리 텀블러 수령자6라운드도 방문객에겐 문턱이 높았기 때문

반영 시각은 코드를 올린 시각입니다. 부스의 기기는 새로고침한 뒤에야 새 버전을 받기 때문에, 실제로 화면이 바뀐 시각은 이보다 조금 늦습니다.

04 · The Constant

무엇을 고쳐도 55%

이렇게 여러 번 고쳤으니, 기록을 수정 시점마다 잘라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첫 라운드 통과율이었습니다. 사진 두 장 중 진짜 한 장을 고르는, 게임에서 가장 쉬운 판입니다.

제한시간을 없애도, 1.5배로 늘려도, 목표 라운드를 낮추고 연출을 붙여도, 주말이 되어도 첫 라운드 통과율은 55% 안팎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날짜별로 나눠도 57.0% · 54.7% · 55.7%입니다.

우리가 고친 건 게임의 흐름과 분위기였습니다. 기다림을 줄이고, 탈락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이름을 남기는 장치를 더했습니다. 하지만 사진 두 장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 무엇이 진짜인지 알기 어렵다는 사실은 어떤 수정으로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 게임에서 끝까지 변하지 않은 건 사진 그 자체였습니다.

05 · Result

가장 쉬운 판에서 55.8%
55.8%첫 라운드 통과율
(2장 중 진짜 1장)
50.0%눈 감고 골랐을 때
통과할 확률
1,865첫 라운드에
도전한 판수

사흘을 합치면 첫 라운드 통과율은 55.8%입니다. 무작위로 고른 것보다 5.8%p 높을 뿐입니다. 열 번 중 네 번 넘게, 사람들은 스타일룸 컷을 진짜 룩북으로 골랐습니다. 부스에서 자주 들은 말이 "이거 진짜 있는 거 맞아요?"였고, 일행이 함께 도전했다가 전원이 첫 판에서 탈락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통계로 읽으면

1,865판에서 55.8%라면 95% 신뢰구간은 53.5~58.0%입니다. 무작위(50%)보다 높은 건 분명하니, 사람들이 전혀 단서를 못 잡은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차이는 6%p 안팎으로, 가려내는 힘이라 부르기엔 작습니다.

06 · The Few

가려내는 사람은 소수였다

2·3라운드도 통과율이 찍기보다 7%p 안팎 높은 데 그쳤습니다. 흐름이 달라지는 건 4라운드부터입니다. 5장 중 2장을 골라야 하는 4라운드 통과율은 25.7%로, 찍기(10.0%)의 두 배를 넘습니다.

하지만 4라운드에 도착한 판은 136판뿐이고, 이미 세 번을 연달아 맞힌 사람들입니다. 눈이 밝은 소수가 걸러져 올라온 셈입니다. 그 소수에게도 문턱은 높았습니다. 6라운드(7장 중 3장)를 통과한 방문객은 사흘 동안 한 명도 없었고, 마지막 날 목표를 5라운드로 낮춘 뒤에야 첫 텀블러 주인이 나왔습니다.

07 · What People Asked

게임 다음에 나온 질문들

부스에서 가장 자주 받은 질문들은 "AI 사진을 알아볼 수 있는가"라는 이 글의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08 · Conclusion

같은 종류의 사진으로 받아들여졌다

게임에 나온 시중 사진은 스튜디오와 로케이션에서 촬영된 룩북과 모델 컷입니다. 셀러들이 "잘 찍은 사진"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결과물입니다. 그 옆에 스타일룸 파이프라인이 만든 컷을 놓았습니다.

온라인 셀러가 모인 현장에서, 두 장을 나란히 놓고 가장 좋은 조건에서 본 결과가 55.8%입니다. 사흘 동안 게임의 규칙과 연출을 여러 번 바꿨지만 이 숫자는 그대로였습니다. 이 현장에서 스타일룸 컷은 시중 룩북과 같은 종류의 사진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상세페이지의 구매자는 대개 게임 참가자보다 짧게, 더 작은 화면으로 사진을 봅니다. "진짜를 찾아라"는 과제를 받고도 참가자들이 가려내지 못한 차이를, 스크롤을 내리는 구매자가 알아챌 가능성은 더 낮습니다.

현장 운영 노트 · 느린 네트워크에서 사진 지키기
  • 해상도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줄이면 판단에 필요한 디테일이 뭉개져 게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원본 크기는 그대로 두고 파일 형식만 WebP로 바꿔, 3.8MB짜리 원본을 약 990KB로 줄였습니다.
  • 다음 라운드는 미리 받아 두었습니다. 한 라운드를 푸는 동안 다음 라운드의 사진을 먼저 내려받아, 라운드 사이의 대기 시간을 줄였습니다.
  • 저장이 게임을 막지 않게 했습니다. 판이 끝날 때 기록을 남기지만, 저장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음 판을 시작합니다. 느린 회선에서도 "다시 도전"이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