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저희가 검수 자동화 1편을 올린 그날 MBC PD수첩에서 「AI 딜레마 1부 — 일자리 종말론」이 방송됐어요. 그 안에 저희 업계 이야기가 꽤 길게 나옵니다.
솔직히 편하게 보지는 못했어요. 저희가 만드는 기술이 그 장면 한쪽에 있으니까요. 그래도 끝까지 봤고, 이번 글은 그 방송에서 시작합니다.
- 무엇을AI 룩북 제작 전체(정리 · 요청 · 검수 · 수정 · 납품)를 작업자 컴퓨터의 AI 에이전트에게 맡겼습니다.
- 어떻게에이전트가 스타일룸에 연결돼 사람처럼 일하고, 사람은 처음 「이대로 가자」와 마지막 「이건 내가 볼게」 두 번만 손댑니다.
- 결과사람이 웹에서 할 때 옷 한 벌은 중앙값 6.9분, 그중 AI가 그리는 시간은 1.3분이었어요(최근 60일 7,758벌). 에이전트에게 맡기면 100벌 기준 사람이 붙어 있는 약 11시간 반이 처음 확정과 마지막 확인 두 번으로 줄어듭니다.
- 의미생산량을 정하는 게 사람 수가 아니라 기준과 판단이 됩니다. 먼저 꽂는 쪽과 늦게 꽂는 쪽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집니다.
01 · BroadcastPD수첩이 보여 준 우리 업계
방송 7분쯤부터 패션 이야기가 나옵니다.
- 1인 패션 브랜드. 휴대폰으로 찍은 옷을 AI 모델에 입혀 룩북을 만들고 실제로 판매까지 합니다. 제작비는 약 500만 원에서 구독료를 포함해 30만 원 이하로 줄었다고 해요.
- 촬영 스튜디오. 20여 명이 북적이던 스튜디오가 이제 3명으로 운영됩니다.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헤어메이크업의 일감이 크게 줄었습니다.
- AI 직원을 쓰는 마케팅 회사. 직원이 12명에서 4명으로 줄었는데 사업 규모는 그대로예요. 사람은 지시하고 검토만 하고, 많을 때는 AI 직원 10~20개를 동시에 돌린다고 합니다.
방송 다시 보기 (YouTube) · 수치는 방송 내용 기준입니다.
방송에 나온 장면은 대부분 만드는 일이 AI로 넘어간 이야기였어요. 모델을 섭외하고 스튜디오를 빌려 찍던 일이 사진 한 장과 클릭 몇 번이 됐습니다.
그런데 AI 룩북을 매일 만들어 보면, 아직 사람 손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일이 있어요. 만드는 일 앞과 뒤의 일들입니다. 이번 글은 그 이야기예요.
02 · Today지금 AI 룩북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신상 100벌이 들어온 날을 떠올려 볼게요. AI로 룩북을 만든다고 해도 하루는 대략 이렇게 흘러갑니다.
| 순서 | 하는 일 | 누가 |
|---|---|---|
| 정리 | 찍어 둔 옷 사진을 상품별로 모으고, 배경이 지저분한 사진을 다듬고, 품번을 맞춥니다 | 사람 |
| 요청 | 옷마다 모델과 배경을 골라 하나씩 생성 버튼을 누릅니다 | 사람 |
| 생성 | 모델이 옷을 입은 사진이 나옵니다 | AI |
| 검수 | 원본 옷 사진을 옆에 띄우고 한 장씩 확대해서 로고, 기장, 색을 봅니다 | 사람 |
| 수정 | 틀린 곳은 다시 요청하거나 포토샵으로 고칩니다 | 사람 |
| 재검수 | 고친 걸 다시 봅니다 | 사람 |
| 납품 | 내려받아 이름을 품번에 맞게 바꾸고 쇼핑몰에 올립니다 | 사람 |
AI 룩북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AI가 일하는 건 일곱 칸 중 한 칸이에요. 나머지 여섯 칸은 여전히 사람이 화면 앞에 붙어 있어야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여섯 칸이 시간을 제일 많이 먹어요. 1편에서 적었듯 AI가 만든 사진은 한눈에 보면 다 그럴듯해서, 틀린 곳은 확대해야 보이거든요. 한 번에 그대로 쓸 수 있게 나오는 컷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03 · Plug in뇌를 꽂는다는 것
여기서 말하는 '뇌'는 AI 에이전트예요. 작업자 컴퓨터에서 같이 일하는 AI 동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편에서 검수를 하고 2편에서 포토샵을 움직였던 그 Claude가, 이번엔 스타일룸에 직접 연결돼서 위의 여섯 칸을 맡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스타일룸에 연결돼 제작을 운영하는 에이전트를 스타일룸 AI MD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옷을 받아 정리하고, 촬영을 맡기고, 결과를 검수해 넘기는 MD의 일을 하니까요.
에이전트는 작업 폴더를 보고, 스타일룸을 사람처럼 쓰고, 나온 결과를 직접 열어 보고 판단해요. 같은 일곱 칸을 다시 그려 보면 이렇게 바뀝니다.
| 순서 | 사람이 할 때 | 에이전트가 할 때 |
|---|---|---|
| 정리 | 폴더를 열어 하나씩 분류 | 번호만 붙은 사진을 직접 보고 같은 옷끼리, 색상별로 묶습니다. 디테일 컷도 제자리에 넣고 상품이 아닌 사진은 빼요. 사람은 결과표만 확인합니다 |
| 요청 | 한 벌씩 화면에서 클릭 | "이 열 벌은 같은 모델로, 니트는 따뜻한 배경으로" 한마디면 옷마다 표로 펼쳐서 한 번에 요청합니다 |
| 검수 | 원본 띄우고 한 장씩 확대 | 나오는 대로 전부 먼저 봅니다. 전체를 훑고 의심 가는 곳은 원본과 나란히 확대해 대조해요 (1편 방식) |
| 수정 | 다시 뽑거나 포토샵 | 틀린 부분만 고치고, 로고는 원본에서 옮겨 붙이고(2편 방식), 기장이 틀리면 다시 만듭니다 |
| 재검수 | 다시 처음부터 | 고친 곳을 다시 대조하고, 끝내 안 되는 것만 이유를 붙여 사람에게 넘깁니다 |
| 납품 | 내려받아 이름 바꾸기 | 품번 규칙대로 이름을 붙여 완료 폴더에 넣고 목록 파일까지 만듭니다 |
같은 옷을 앞에서, 가까이서,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 여러 장이면 에이전트가 그 사진들을 한 장으로 합쳐서 생성에 넘겨요. 사람이 할 때는 보통 제일 잘 나온 한 장만 골라 올리는데, 그 한 장에 안 보이는 디테일은 AI가 상상해서 채울 수밖에 없거든요.
작업자는 배정 화면에서 어떤 사진이 한 옷으로 묶여 들어갔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어요. 빠진 사진이 있거나 다른 옷이 섞였으면 여기서 에이전트에게 말하면 됩니다.
사람이 손대는 곳은 두 군데만 남아요.
에이전트가 옷마다 어떤 모델, 어떤 배경으로 몇 장을 만들지 표로 정리하고 크레딧이 얼마나 드는지 견적을 냅니다. 사람은 그걸 보고 확정 한 번만 누르면 돼요. 에이전트는 확정된 범위 안에서만 크레딧을 씁니다.
에이전트가 끝내 풀지 못한 컷만 사람에게 올라옵니다.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몇 번 고쳐 봤는지가 같이 붙어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볼 필요 없이 거기서부터 이어서 판단하면 됩니다.
사람은 일을 하는 사람에서, 일이 맞게 가는지 정하는 사람이 됩니다. 방송 속 마케팅 회사에서 "사람은 지시하고 검토만 한다"던 장면이 패션 이미지 제작에서도 그대로 일어나는 셈이에요.
04 · Speed그래서 얼마나 빨라지나요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라, 이번엔 실제 데이터로 재 봤어요. 최근 60일 동안 스타일룸 웹에서 사람이 직접 작업한 옷 7,758벌의 기록입니다. 옷 사진을 올린 순간부터 첫 스타일샷이 나올 때까지를 구간별로 나눠 봤어요.
| 옷 1벌 · 사람이 웹에서 할 때 | 걸린 시간 (중앙값) | 누가 |
|---|---|---|
| 사진 올리고 → 옷 정보 확인 · 모델 고르고 요청 | 2.2분 | 사람 |
| 피팅샷 생성 | 0.7분 | AI |
| 결과 보고 고르고 · 고치고 → 스타일샷 요청 | 1.0분 | 사람 |
| 스타일샷 생성 | 0.6분 | AI |
| 합계 (다시 만들기 · 자리 비움 포함) | 6.9분 |
한 벌에 7분이면 빠르죠. 그런데 이 7분 중 AI가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1.3분뿐이에요. 나머지는 사람이 고르고, 정하고, 다시 요청하는 시간입니다. 다섯 벌 중 한 벌은 피팅샷을 한 번 이상 다시 만들었어요.
100벌이면 단순히 더해도 11시간 반입니다. 그중 생성은 2시간 남짓이고, 나머지 9시간 넘게 사람이 화면 앞에 붙어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이 숫자에는 원본과 한 장씩 대조하는 꼼꼼한 검수, 내려받아 이름 바꾸고 올리는 납품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더 걸려요.
에이전트는 어떨까요. 개발하면서 상품 두 벌을 사진 정리부터 납품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돌려 봤는데, 33분 걸린 회차도 있었고 일하는 방식을 다듬은 뒤에는 12분에 끝난 회차도 있었습니다. 한 벌만 놓고 보면 사람보다 빠르지 않아요. 에이전트는 모든 컷을 원본과 확대 대조하고, 고칠 곳을 고치고, 납품 파일까지 만들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동안 사람 손은 두 번만 들어갔어요. 확대해서 찾아낸 로고 글자 깨짐은 에이전트가 두 번째 시도에서 원래 글자로 되돌렸고, 끝내 해결이 안 된 스타일샷 한 장만 사람에게 넘어왔습니다.
| 신상 100벌 기준 | 사람이 돌릴 때 | 에이전트가 돌릴 때 |
|---|---|---|
| 사람이 화면 앞에 있어야 하는 시간 | 약 11시간 반 + 검수 · 납품 | 처음 확정 몇 분 + 남은 컷 확인 |
| 그중 AI가 그리는 시간 | 약 2시간 | 같음 (같은 엔진) |
| 검수 | 사람마다 다름 | 모든 컷을 원본과 확대 대조 |
| 밤 · 주말 | 멈춤 | 계속 |
에이전트는 혼자 일하지 않아요
여기서 개념이 한 번 더 바뀝니다. 에이전트는 필요하면 서브 에이전트를 띄울 수 있어요. 자기와 같은 일을 하는 에이전트를 여러 개 불러서 옷을 나눠 맡기는 거죠. 사람으로 치면 혼자 일하던 사람이 그 자리에서 팀을 꾸리는 셈입니다.
그러면 「한 벌에 몇 분」은 더 이상 중요한 숫자가 아니에요. 지금 가진 실측과 시험 기록으로 신상 100벌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봤습니다.
에이전트 하나만 순서대로 돌리면 오히려 사람보다 오래 걸려요. 모든 컷을 원본과 확대 대조하고, 고치고, 납품 파일까지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브 에이전트 다섯 개로 나누면 3시간, 열 개면 1시간 반이 됩니다. 그동안 사람이 하는 일은 처음 확정과 마지막 확인뿐이에요.
보정도 그래요. 2편에서 가슴 로고 하나를 원본 로고로 바꾸는 데 포토샵으로 5초, 포토크래프트로는 0.2초가 걸렸습니다. 사람이 같은 일을 하려면 파일을 열고, 로고를 따고, 위치를 맞추는 것만으로 몇 분은 걸리죠.
속도의 차이는 한 벌을 몇 분에 끝내느냐가 아니에요. 100벌 동안 사람이 붙어 있어야 하는 11시간 반이 처음과 마지막 두 번으로 줄고, 끝나는 시간은 에이전트를 몇 개 띄우느냐로 정해진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 한 명이 하루에 처리하는 양의 한계가 사라져요. 저녁에 맡겨 두고 아침에 남은 몇 컷만 보면 되니까요.
05 · Meaning이게 의미하는 것
지금은 이번 주에 몇 벌을 넘길 수 있는지가 팀원 수로 정해져요. 에이전트가 공정을 돌리면 그 한계가 기준과 판단으로 옮겨 갑니다. 무엇이 합격인지 분명하게 정해 둔 팀일수록 더 많이 맡길 수 있어요.
배경 세 개를 다 만들어 보고 고르기, 시즌 전에 버전을 여러 개 미리 뽑아 보기. 지금은 검수할 사람이 없어서 못 하던 일들이 가능해집니다. 시도가 늘면 결과물의 수준도 따라 올라가요.
에이전트는 문제를 무엇으로 봤고 어떻게 고쳤는지를 컷마다 기록해요. 이 기록이 쌓이면 우리 브랜드에서 자주 틀리는 곳, 꼭 지켜야 할 것이 보이고, 그게 다음 시즌의 기준이 됩니다. 사람 머릿속에만 있던 노하우가 팀의 자산으로 남는 거예요.
06 · Risk경쟁사가 먼저 꽂으면
이 부분은 조금 무겁게 써야 할 것 같아요.
신상 100벌이 같은 날 들어왔다고 해 볼게요. 에이전트를 꽂은 브랜드는 저녁에 맡겨 두고 다음 날 아침 상세페이지를 올립니다. 꽂지 않은 브랜드의 팀은 그 시간에 아직 검수 줄에 서 있어요.
하루 차이로 끝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꽂은 쪽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이 시도하고, 시도한 만큼 기준이 쌓이고, 기준이 쌓인 만큼 에이전트에게 더 많이 맡겨요. 격차가 이자처럼 붙습니다.
방송에서 한 경영자는 인건비가 10분의 1도 안 되니 "이 일은 AI로 대체 못 하는가"를 잣대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시장이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늦게 꽂는 쪽은 품질이 아니라 비용 구조에서 버티기 어려워집니다.
AI 룩북 만드는 도구는 이제 흔해요. 방송에 나온 1인 브랜드는 제작비를 500만 원에서 30만 원 아래로 낮췄죠. 2편 끝에 "나한테 딱 붙어서 자동화해 주는 게 아니면 솔루션은 점점 귀찮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적었는데, 이건 저희한테 하는 말이기도 했어요.
에이전트가 쓸 수 없는 도구는 앞으로 선택지에서 빠질 겁니다. 다른 서비스가 먼저 에이전트가 일하기 좋은 구조를 갖추면 스타일룸 화면은 아무도 열지 않는 화면이 돼요. 그래서 저희가 먼저 만들었습니다.
07 · People사람의 자리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PD수첩은 이렇게 끝나요. 기술은 막을 수 없지만, 어디에 쓰고 그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는 선택해야 한다고요. 저희도 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 안에서도, 고객사 팀에서도 역할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자리가 그대로 옮겨 가지는 않을 거예요. 방송에 나온 스튜디오처럼 일감 자체가 줄어드는 자리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더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에이전트가 할 수 있는 일은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사람은 판단이 필요한 자리로 옮겨 가는 것. 그 이동을 먼저 시작한 팀이 다음 몇 년을 버팁니다.
08 · Next검수, 후보정, 그리고 공정 전체
1편에서는 AI가 사람만큼 깐깐하게 볼 수 있는지 확인했고, 2편에서는 찾아낸 걸 직접 고칠 수 있는지 봤어요. 이번 3편은 그 둘을 이어 붙여 정리부터 납품까지 한 흐름으로 돌린 이야기였습니다.
AI가 사진을 만드는 시대는 이미 왔어요. 다음은 AI가 제작을 운영하는 시대입니다. 저희는 이 방식을 에이전틱 패션 프로덕션이라고 부르고, 그 첫 결과물로 스타일룸 AI MD를 만들었습니다. 대량 제작을 하는 엔터프라이즈 고객과 먼저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09 · FAQAI 에이전트로 룩북 만들기, 자주 묻는 질문
AI 에이전트가 뭔가요?
작업자 컴퓨터에서 같이 일하는 AI예요. 말로 시키면 계획을 세우고, 프로그램을 쓰고, 결과를 직접 확인합니다. 이번 시험에서는 Claude를 썼어요.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요?
아니요. 처음에 무엇을 얼마나 만들지 확정하고, 마지막에 에이전트가 넘긴 컷을 확인합니다. 크레딧이 쓰이는 범위와 최종 결과는 사람이 정해요.
에이전트가 크레딧을 마음대로 쓰지는 않나요?
확정한 범위 안에서만 씁니다. 다시 만드는 횟수에도 상한이 있고, 같은 요청이 두 번 들어가도 한 번만 차감돼요.
에이전트가 고치지 못하는 건 어떻게 되나요?
억지로 통과시키지 않고 무엇이 문제인지와 어떻게 고쳐 봤는지를 붙여서 사람에게 넘깁니다. 사람은 화면에서 바로 고치거나 고친 파일로 바꿔 넣을 수 있어요.
정리하고, 요청하고, 검수하고, 고치는 일은 에이전트가.
사람은 처음에 방향을 정하고,
마지막에 정말 사람이 봐야 하는 것만 봅니다.